리뷰: 혁신기업의 딜레마

· 536 단어 · 3분 소요
  • 원제: The Innovator’s Dilemma
  • 저자: Clayton M. Christensen (하버드 경영 대학원 교수)

Book cover

80년 정도를 살다가는 인간에 비해, 기업의 생애 주기는 훨씬 다양하다. 세계적 금융 기관인 씨티은행은 200살이 넘었지만, 시장 규모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페이스북은 15살도 되지 않았다. 달라지는 변화의 속도가 기업의 생애 주기에도 영향을 미쳐서, 1950년에는 60세였던 S&P 500의 평균 수명이 2017년에는 20세도 채 안된다고 한다1. 이름을 날렸던 야후, 다음, 리만브라더스 같은 회사들은 더 이상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정점에 있는 회사들이 훌륭하게 경영을 하고 있을 때 망해가기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객의 요구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기술에 투자하여,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쇠퇴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종종 고객의 니즈를 무시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기술에 투자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모순적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혁신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 지속적 혁신 (sustaining innovation): 시장에 있는 제품을 더 싸고, 좋게 개선.
  •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이나 방식. 주류 제품의 관점에서 보면 괴상해 보일 수 있다.

Graph showing disruptive innovation

지속적 혁신을 잘하는 회사는 파괴적 혁신을 하기 어렵다. 당장 이득을 낼 수 없는 괴상한 제품에 투자자들이 열광할 수는 없다.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사내 제품과 경쟁하는 것도 제품 담당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현재에 최적화 되어 있는 조직의 장점들이 파괴적 혁신에는 맞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실행력이 중요한 지속적 혁신에 비해,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시장을 학습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이런 이유로 파괴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회사들은 독립적인 조직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인다. 외부 조직을 인수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이 좋은 예이며, 결국 최고 경영자의 장기적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스스로를 잡아먹지 못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If you don’t cannibalize yourself, someone else will. – Steve Jobs

이 통찰력은 개인이나 국가에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소프트웨어 업계가 유망할 때,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서 개발자로 사는 것이 좋은 전략인지 생각해볼 만하다. 유망한 업계에서 지속적 혁신을 만드는 일도 어려운 일이기에, 한정적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또한, 조직에서는 지속적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을 이끄는 조직에 있다고 해도, 개인이 하는 일은 그 속에서 지속적 혁신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그 조직이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파괴적 혁신을 하는 조직에서 들어가서 단기 성과가 안 나온다고 답답해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전체 수익의 80%를 가져오는 수단에 80%의 시간을 써라.

Spend 80 percent of your time on 80 percent of your revenue. – Bill Gates

국가는 서로 다른 혁신이 공존하는 것을 반겨야 한다. 한쪽에만 의존하는 시장이나 국가는 쉽게 정체될 수 있다. 토요타, 혼다, 소니 등의 기업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끌던 일본은 지속적 혁신에만 의존하면서 30년 가까이 정체되어있다. 중국은 일당정책을 바탕으로 엄청난 효율성을 보이며 성장했지만, 다양한 혁신을 품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인다. 어쩌면 미국은 엉망 징창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오래도록 절대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한국도 다양한 혁신을 장려하는지 돌아보면 좋겠다. 우버 같은 해외 기업은 물론이고 카풀 서비스도 막는 모습은 무서운데, 그런 갈라파고스를 형성한 덕분에 케이팝 같은 혁신이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나온 지 어느새 20년이 넘었다. 혁신기업의 딜레마를 헤어 나오기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고, 많은 기업들이 나름의 해답을 찾고 있다. 결론은, 단기 이익을 잘 챙기면서, 장기적 안목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쉽고 실행은 애매모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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