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치 (2)

· 1572 단어 · 8분 소요

이 시리즈:

  1. 시장의 역사
  2. 경제적 관점 – 이 글.
  3. 소프트웨어 기술적 관점 – 예정.
  4. 직원들의 관점 – 예정.
  5. 마치며 – 예정.

이 글:

간단한 기업 분석 🔗

우리가 종종 잊곤 하지만, 사업의 가치는 결국 수익 창출 능력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아주 단순한 사업이라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할머니가 양말을 만들어서 팔고 싶다고 해보자.

  1. 할머니는 자동화를 이용하여 높은 이윤으로 양말을 파는 멋진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40%의 지분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친구들에게 그녀의 회사에 1억 원을 투자하도록 설득했다.
  2. 그녀는 즉시 현금의 100%를 사용하여 양말을 짜는 기계를 발명하고 뒷마당에서 가동을 시작했다. 이 기계를 이용하면 5천 원어치 기본 원단과 전기료로 제품을 찍어낼 수 있고, 그 제품은 1만 5천 원에 판매된다.
  3. 이 기계는 매년 오류 없이 10,000개의 양말을 만들어낸다. 높은 인기로 상품은 항상 매진된다 (1억 5천만 원의 연매출).
  4. 할머니는 상품 판매를 위한 다양한 수수료를 연간 천만 원씩 지출한다 (6천만 원 원가, 60% 마진).
  5. 그녀의 비전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주일에 몇 시간만 일하고 본인에게 연간 3천만 원을 지불하여 회사 운영의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6천만 원의 영업 이익).
  6. 천만 원의 세금을 내면 매해 5천만 원의 순이익이 남는다.
  7. 그녀는 모든 이윤을 주주들에게 나눠준다 (60%는 본인에게, 40%는 외부 투자자에게).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1억 원의 투자로 매년 2천만 원을 받게 되었다.

Mighty grandma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원금의 20%를 매해 꾸준히 창출하게 되었다. 이들이 5년 후 원금으로 지분을 판다면, 이는 5년 만에 자산을 두 배 이상 늘린게 된다 (매년 나오는 돈에 이자라도 붙을 테니). 자, 그러면 이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를 지불하는 것이 합당할까? 원금인 1억 원? 여전히 연간 10%를 창출할 수 있는 2억 원은 어떨까? (금리가 낮게 유지된다면 미래에 더 비싸게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0%의 소유권은 얼마를 내야 할까? 더 생각해보면, 원금은 아무 의미가 없고, 현재 주가는 오직 미래의 가치로 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질문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과거는 고정되어있지만, 미래는 가능성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만약 이웃이 비슷한 양말을 더 낮은 가격에 팔아서 가격을 1만 2천 원으로 낮춰야 한다면 어떨까? 만드는 양말이 유행이 지나서 새로운 스타일을 개발해야 한다면 어떨까? 국제 분쟁으로 인해 원단 가격이 2천 원씩 상승하면 어떻게 되나? 지진으로 기계가 고장이 나서 고치는 데 3개월이 걸린다면? 정부가 양말 판매에 필요한 서류를 더 요구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판매 수수료가 두 배로 오르면 어떨까? 만약 할머니가 은퇴하고 새로운 직원은 3천만 원이 아닌 6천만 원의 연봉을 요구한다면? 이런 사소한 변동은 2천만 원의 현금 흐름을 증발시킬 수 있다. 반대로 할머니가 5%의 금리로 3억 원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고 매출을 4배 늘릴 수도 있다. 추가 수익의 일부는 원리금을 갚아야 하지만 순이익은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새로운 역학관계 🔗

이제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매우 다른 경제적 옵션을 제공하는지 보자. 이번에는 양말 기계 대신에, 할머니가 다음날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클라우드에 올렸다고 하자. 이 프로그램은 요청당 100원의 요금을 부과한다.

탄력적인 배포 🔗

소프트웨어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전달하는 데 매우 강력한 방식을 제공한다. 만약 할머니가 다른 지역에까지 양말을 팔고자 한다면, 물류비는 급증하고 설비를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신중하게 수요를 예측하고 자본 비용을 “적절한” 속도로 증가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너무 빠르면 자금 조달 위험이 너무 커지거나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너무 느리면 다른 사람들이 시장을 차지할 수 있고, 그 후에는 주도권을 가져오기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그에 반해, 클라우드는 품질에 대한 우려 없이 서비스를 전 세계에 즉각적으로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포켓몬 고는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었고, 트래픽은 회사의 예상보다 50배나 많았다. 수요 예측은 크게 빗나갔지만, 클라우드 인프라는 빠르게 확장될 수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유저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덕분에 회사는 그 해에 5억 달러 이상을 벌 수 있었다.
  • 애플테슬라는 소수의 제품군만 높은 마진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그 제품들은 수반되는 소프트웨어로 훨씬 더 큰 매력을 지니게 된다. 고객은 형체가 있는 제품에 비용을 지불하는데 거부감이 덜하고, 소프트웨어는 지속해서 개선되며 더 많은 기능과 (예: 앱스토어) 향상을 (예: 더 나은 자율주행)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은 바꾸기 힘든 하드웨어를 크게 변경하지 않으면서 초기 영역을 훨씬 뛰어넘는 사업 확장도 꾀할 수 있다 (애플은 금융, 테슬라는 보험으로 확장 중).

집중적인 비용 🔗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고객 한 명을 서비스하는 비용은 1만 명의 고객을 서비스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결과 SaaS (Software-as-a-Service) 기업들은 50% 이상의 마진을 보이고는 한다 (예: Gitlab은 88%).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할머니는 프로그램 구조를 발전시키기는 해야 한다 (예: CDN).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은 일시적 비용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로 편향시킬 수 있으며, 이는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사업 경쟁력이 복리로 늘어날 수 있게 한다.

<전략의 구조>에서 다뤘듯이 오직 몇몇 행동들만이 가치를 창출하고 나머지는 현상 유지에만 도움이 된다. 실행을 잘만 한다면, 소프트웨어 사업은 대부분의 행동을 가치 창출에 집중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뛰어나지 못한 경영진은 관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 역량은 아닌 부분에 자원을 소비한다 (산만하기는 쉽지만 집중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할머니는 예측 알고리즘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온 집중을 할 수 있고, 이 핵심 역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들이 따라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클라우드와 SaaS를 통해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을 과감하게 아웃소싱할 여지도 더 많아졌다 (DevOps는 GitLab, ID는 Okta, 거래는 Stripe 등).

  • Stack OverflowWhatsApp은 소규모 팀을 통해 수백만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위해, 광범위하게 매력적인 제품을 끝까지 단순하게 유지했다.
  • 구글은 제품의 고객과 소통하는 부분은 단순화하고 그 뒤의 원천 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구글 검색창은 초창기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집중을 통해서 이미 설립된 기업들을 (야후, 라이코스 등) 뛰어넘어 독보적인 승자로 부상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원천 기술은 구글이 손쉽게 주위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강점도 제공해 주었다 (지메일, 유튜브 등).

경쟁 🔗

소프트웨어는 모든 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따라서, 전 세계의 누구나 다양한 방향에서 할머니 사업의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파괴적인 혁신이 더 빠른 속도로 발생하지만, 모든 혁신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이 아닌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설령 그것이 기존의 제품이 돌아가는 방식과 매우 다르더라도), 경쟁자는 끊임없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경쟁을 좇아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집중을 잃는 것은 경쟁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다. 이는 사업이 복리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 아마존은 초창기부터 고객들에게 집착적으로 집중했고, 그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사업을 스스로 잡아먹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예를 들어 아마존 프라임과 킨들은 단기적으로 무모하게 비용이 들어 보였지만, 이는 고객에게 계속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다른 경쟁업체들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을 제공했다. 그 당시 더 강력했던 구글에서 개발한 구글 플러스는 상대도 되지 않았는데, 그 제품은 결국 고객에게 별다른 가치를 제공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작 13명의 직원을 둔 스타트업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을 소통의 새로운 매력적인 방법을 제공했기 때문에 훨씬 더 큰 위협이었다.

취약점 🔗

경쟁만이 비즈니스의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지진에 대해서는 덜 걱정할 수 있지만 사이버 보안이나 중요한 버그와 같은 새로운 우려를 관리해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매우 강력한 만큼 이런 취약성은 관리하기 어려우며,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강력해진다. 또 다른 숨겨진 취약점은 생산성이다. 고객의 눈에 보이는 제품이 동일해 보일지라도 내부 아키텍처 또는 사내 문화는 직원당 매우 다른 생산성을 산출할 수 있다.

이러한 취약성은 측정하기 어렵고 개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더욱 주관적이다. 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모든 취약성이 측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탑다운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 대신, 기업들은 묘수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모든 직원이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탑다운 방식이 발생한 사고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바텀업 방식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능을 제거하는 것이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사업에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 기업이 이러한 중요한 활동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한(예: 직원들이 코드를 지워서 승진을 할 수 있음) 사소한 취약성은 치명적인 시한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

  • 나이트 캐피털 그룹은 (Knight Capital Group) 2012년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 참여자였지만 45분 만에 4.4억만 달러를 잃고 순식간에 무너졌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용되지 않는 코드가 의도치 않게 실행되었다는 것이다. 1백만 달러를 더 벌기 위해 더 똑똑한 알고리즘을 추가하는 것은 쉽게 보상받을 수 있었겠지만, 아마 아무도 사용되지 않는 코드를 지울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이는 사업을 무너뜨리고 만다.
  • 최근에 Log4j라는 널리 인기 있는 오픈 소스에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있음이 밝혀졌다. 이 취약성은 해당 코드를 사용하는 어떤 사업이든 크게 피해를 줄 수 있었는데, 많은 이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표준에 가까운 오픈 소스에서 생긴 일이라서 더 충격이 컸다. 이 사건은 오픈 소스의 이점을 온전히 누리려면 개발팀이 시스템을 잘 모듈화해두고, 쉽게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이는 공짜가 아니지만,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쉽게 무시되고는 한다.

오래된 지혜와 새로운 적용 🔗

무형 재산의 강력함은 새로운 지혜가 아니다. 이미 코카콜라, 디즈니, JP모건과 같은 회사들이 조리법, 콘텐츠, 신용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활용하여 위대한 사업을 설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는 무형의 자산들의 확장성을 다른 차원으로 늘렸고, 환상적인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은 찬찬히 생각해 볼 만하다.

환상적인 사업은 적어도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고객들이 이 제품을 매우 사랑하고, 아주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으며, 강력한 자본 수익률을 자랑하고, 오래 (가능하면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A dreamy business offering has at least four characteristics. Customers love it, it can grow to very large size, it has strong return on capital, and it’s durable in time – with the potential to endure for decades.

제프 베조스 (2014년 아마존 주주 서한)

오래된 지혜는 시대를 초월하지만, 현실에서 적용하고 유지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장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조차도 점점 비대해지고, 민첩성과 유연성의 이점을 잃곤 한다. 엔트로피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처럼, 위대한 기업들은 비용 구조를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보다 손쉬운 확장을 택하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평범하게 변한다. ∎

형태를 없애고, 모양을 없애서 물처럼 되어라. 물을 컵에 넣으면 컵이 되고, 병에 넣으면 병이 된다. 그것을 찻주전자에 넣으면, 찻주전자가 된다. 이런 물은 흐를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Be formless, shapeless, like water. You put water into a cup, it becomes the cup. You put water into a bottle, it becomes the bottle. You put it into a teapot, it becomes the teapot. Now water can flow or it can crash.

– 이소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