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금융 101 (2) - DIY 안전 보장: 의료 시스템

· 751 단어 · 4분 소요

시리즈:

  1. 다양성과 비용 부담 방식
  2. DIY 안전 보장: 의료 시스템 – 이 글.
  3. DIY 안전 보장: 위기 시뮬레이션 – 예정.
  4. 보이지 않는 손과 정부의 역할 – 예정.
  5. 기회와 전략 – 예정.

전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비용 관리의 핵심은 필요시 on-demand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의료비는 해고를 제외하고는 개인 파산의 가장 흔한 이유이니 특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1. 가장 효과적인 안전 보장은 건강 관리로 안전망의 필요 자체를 없애는 것이지만, 삶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다스릴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국가의 영향이 강력한 한국 시스템과 다르게, 미국 의료 행위는 적어도 세 가지 이해 당사자가 존재한다 - 환자, 의료진 (service provider), 보험사 (insurance). 아무도 비용을 대신 내주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율 경쟁 속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위험 관리를 위해, 함부로 본인의 책임을 늘리지도 않는다 (법적 책임이 매우 비쌀 수 있다). 복잡하지만 다음을 이해하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 물론 세부 사항은 보험 약관을 잘 읽어봐야 한다.

보험 범위 (Coverage) 🔗

폭넓게 계약해두어서 고객이 상황에 맞게 의료진을 고를 수 있는 보험이 있는가 하면, 한정적인 의료진만 선택할 수 있는 보험도 존재한다. 이렇게 미리 계약된 의료진을 in-network라고 한다. 그 외의 의료진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out-of-network), 조건에 따라 비용이 훨씬 커질 수 있다. 즉, 특정 의료진이 내 보험과 계약을 맺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예약에서 중요한 부분이면서도,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니 주의해야 한다. 보험 범위에 포함되어도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의 급여/비급여와 개념적으로 비슷하지만, 보험사가 의료 범위와 의료진을 결정하는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범위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의약품, 응급실, 구급차, 추나요법, 침술 등도 보험의 조건에 포함된다. 추가적인 보험들은 난임 같은 경우도 포함할 수 있다. 난임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행위가 아니라 성형 수술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보험 범위에 포함이 안 되는데, 그 때문에 시험관 같은 시술을 통해 임신에 성공하는데 평균 1억 가까이 든다고 한다2. 치과와 시력 문제(안경이나 렌즈)는 일반적으로 “의료"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보험이 필요하다. 이처럼 보험의 범위가 직관과 다를 수 있으니, 약관을 참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Ambulance and dollar

비용 🔗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비싸게 산 주식을 좋은 투자라고 할 수 없듯이, 비용은 좋은 선택에서 중요한 요소다. 몇 가지 용어만 잘 이해해두면 보험의 조건을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하는데 훨씬 수월하다. 물론 본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보험을 비싸게 들어두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에 언급했듯이, 이 시스템에서는 본인에게 자유와 책임이 모두 있다.

  • Premium (보험료): 보험의 조건이 좋을수록 고정 월 보험료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보통 해마다 조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의료가 별 필요 없는 해에는 고정 금액을 낮추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 Deductible (최소 금액): 보험이 있어도 최소 금액을 채우기 전까지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의료비를 온전히 본인이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premium이 높은 보험이어도 의료비가 낮은 해에는 별 혜택을 못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의료도 보험 범위에 들어가면 비용 자체가 낮게 청구될 수도 있기 때문에, 좋은 보험이 여전히 값어치를 할 수도 있다.
  • Co-insurance / co-pay (환자 부담): 최소 금액을 채우고 나면 전체 의료비용 중 일부만 환자가 지불하기 시작한다. 최소 금액과 상관없이 고정 비용을 내는 경우도 있다.
  • Out-of-pocket max (최대 금액): 보험 범위 내에 있는 의료 행위만 받는다면 premium을 제외한 총지출이 이 최대 금액을 넘지 않는다. 즉, 이 비용 이후에 발생하는 의료비는 보험에서 100% 지불한다.
  • Out-of-network (보험 밖 의료진): 계약되지 않은 의료진을 만나는 것도 보장해 주는 경우가 있지만, 위의 비용들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소 금액과 최대 금액이 두 배로 클 수 있다.
  • Balance (or surprise) billing (보험 외 환자 부담): 보험사와 의료진 사이에 동의하지 않은 부분이 환자 부담으로 떨어질 수 있다. 범위가 넓지 않은 보험의 경우 특히 이 위험이 있다. In-network 병원에 가도 초음파나 마취과 같은 추가 의료가 보험 범위 밖일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surprise bill로 불린다. 2022년에야 No Surprises Act 같은 법이 통과되면서 이런 부분이 공식적으로는 막혔지만, 은밀하게 동의서를 사인하게 한 뒤 비용을 청구할 수 있으니 언제나 사인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 Saving/spending account (의료 계좌):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지만, 의료비는 다양한 세금 혜택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다음 장에서 더 정리하도록 하겠다.

계약 조건 🔗

많은 경우, 의료 보험은 고용주를 통해서 가입한다. 기업들이 직원 복지로 가장 앞에 내세우는 것이 의료 보험인 이유도 여기 있다. 비용 부담은 늘어나지만, 가족을 추가할 수도 있다 (자식은 보통 26세까지만 가능).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떤 기업들은 가족들 보험비까지 일정 부분 부담해주는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이직의 비용을 높힌다). 이런 보험의 단점은 고용주와 관계가 끊어지면 보험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대부분의 고용주는 COBRA를 통해, 같은 보험을 한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되어있다. 단, 고용주 부담 보험료도 본인이 온전히 부담해야 하므로 금액이 크게 늘 수 있다.

Disclaimer 🔗

이 글은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쓰여졌으며, 의료나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이 글의 저자는 의학이나 금융 전문가가 아니며, 이 글 또한 전문가의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이 글의 정보를 이용하여 발생한 어떠한 결과에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1. 링크: 사람들이 파산하는 주된 5가지 이유 ↩︎

  2. 링크: 난임치료를 더 쉽게 만들어주려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