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How Asia Works
- 저자: Joe Studwell
빌게이츠의 추천으로 알게 된 책이다1. 한국에서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부분들이 있지만, 지난 70년간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등이 보여준 성장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우위를 가리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가난하던 나라들인데,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아직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 문제의 해답을 분석한다. 게이츠도 굉장히 설득력 있다고 평가하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성공 공식은 이렇다.
초기에는 인적 자원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작은 규모의 농민들이 효율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자들이 소작농을 부리는 것보다 자신의 땅을 일구는 농민들이 훨씬 효율이 높다. 당연한 자본주의의 논리이다. 사회주의 중국도 이런 방식으로 재미를 봤다. 이제 그 효율성으로 얻어진 잉여 자원으로 제조업에 투자한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덜 교육된 노동력으로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다. 이때, 국가는 금융 정책들을 통해 기업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수출을 잘하는 기업들만 적극적으로 밀어준다. 한국에서 익숙한 현대의 정주영이나 포스코의 박태준 같은 인물들은 이런 환경에서 재능을 꽃피웠다. 다른 성공한 국가들도 비슷한 공식을 거친다.
게이츠는 이 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성공 가능성을 얘기한다. 나는 한국의 미래에 더 관심이 갔다. 왜 기성세대가 재벌과 국가 주도 발전에 목을 매는지 해답을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성공은 양면성이 있다. 성공의 달콤함 뒤에는 같은 성공 공식에 집착하게 되는 독이 있다. 성공의 크기가 클수록 독도 위험해진다. 놀라운 성공을 거둔 기쁨만큼 주의를 해야 한다. 재벌이나 국가주도 성장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이해하지 않고, 마냥 그들이 성공해주길 기다리는 것은 패망의 길이라고 본다. 게다가 더는 그런 성공 공식은 통하기 힘들 것이다. 전에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에서 쓴 것처럼 이제는 개인을 밀어주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경제의 발전은 생산성과 뗄 수 없고, 자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환경인지가 중요하다. 성공한 국가들은 농민들을 주인으로 만들어서 생산성을 높였다. 소수의 지주에게 부가 집중된 국가들은 훨씬 처참한 효율을 내야 했다. 지금의 양극화가 우려스러운 이유다. 빌딩 숲 속에서 열심히 일해도 내가 지낼 방 한 칸 구하기 힘든 마음은 소작농의 것과 비슷할 것이다. 과거의 성공 또한 같은 공식에 안주하고 않고 적절한 시기에 제조업으로 넘어가서 생산성 향상을 유지함으로써 가능했다. 결국 지금의 성공도 기존의 방식에 집착하지 않고 시기적절하게 변화함으로써 얻어진 것이고, 다음 성공도 변화를 필요로 할 확률이 높다.
이런 현상과 역사를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울 일이다. 이 책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모델에 자극을 받은 동남아 국가들도 나온다. 의지는 충분했으나, 세세한 부분을 놓쳐서 결국 지금 우리가 익숙한 아시아의 정세가 완성되었다. 이런 관계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추가로 읽기 좋은 책:
- Guns, Germs, and Steel: The Fates of Human Societies – Diamond, Jared
- Deng Xiaopeng and the Transformation of China – Vogel, Ezra F.
-
Gates Notes - Can the Asian Miracle Happen in Afric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