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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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자본주의가 현대 사회의 근간이라고 얘기한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일까? 무엇이 당연하고, 무엇이 당연하지 않은 걸까? 내가 이해한 바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기업(법인, Corporation, Artificial-Person)은 개인(자연인, Natural-Person)과 함께 현대 사회를 이루는 큰 축 중 하나다. 그런 기업은 법인이라는 글자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인과 비슷한 권리와 책임들을 가진다. 예를 들어,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자산을 형성할 수도 있으며, 빚을 낼 수도 있다. 또한, 세금을 낼 의무도 진다. 대개의 기업은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런 주식들을 가진 사람들을 주주(shareholder)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기업이 내려야 하는 수많은 선택을 주주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니 그를 대신할 관리 시스템이 있다. 보통은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이사회(Board of Directors)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진(Management Team)이다1. 두 조직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밀접하게 일하지만,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고, 경영진은 운영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사회의 대표는 이사장(Chairman)이며, 경영진의 대표는 대표이사(CEO)라고 불린다. 이것이 기본 골격이고, 각각의 회사마다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구조를 가진다. 예를 들어서, Starbucks는 Howard Schultz가 이사장과 대표이사를 모두 수행하지만, Apple은 Tim Cook이 대표이사를 하고, Arthur Levinson이 이사장직을 맡는다.

이렇게 형성된 기업은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들을 고용하고, 재화를 공급 및 소비하며, 정부에 세금을 낸다. 금융 시장에서는 상장 회사들의 주식이나 채권, 선물, 옵션 등 금융 상품들이 거래된다. 개인은 주택, 식량, 의류 등을 기업들과 거래한다. 기업이 개인이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있다. 그 복잡한 관계를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해보려면 아래의 세 가지 관계로 분리해서 보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1. 주주 (Shareholder): 주주에게 기업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주주에게 상황과 위험을 자세히 알려줄 책임이 있다. 또한, 배당금을 주거나 이익을 미래를 위해 투자함으로써 주주에게 지속적인 이익을 전달하기 위해 힘쓴다.
  2. 소비자 (Consumer): 주주 이익 실현을 위해,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소비자한테 직접 상품을 팔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개인은 기업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게 돕는다.
  3. 직원 (Employee): 주주 이익 실현을 위해, 기업은 그에 맞는 직원을 고용한다. 예를 들어, 할인점 Walmart에서는 2,200,000명의 직원이 기업의 이윤 창출을 돕는다.

이렇게 기업과 개인의 관계만 해도 어려운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체 그림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정부를 놓고, 개인과 기업 간의 관계만 얘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거기에 외국 정부, 다국적 기업 등의 이슈가 더해지면 관계 하나하나가 굉장히 어려운 주제가 된다. 이 글에서는 기업과 개인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정부는 전체 시스템이 잘 돌아가게 해주는 존재 정도로만 축소해서 생각하기로 하자. 지금까지는 기업을 주주들의 소유물처럼 표현을 많이 했는데, 그를 위해 중요한 것은 2번이다. 아무리 주주를 위한다고 해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만 이윤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3번도 놓칠 수 없다. 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필요한 교육을 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을 철저히 할 때, 인재들로부터 좋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주주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삼중고를 겪어야 한다. 주주의 이익을 실현해야 하지만, 그를 위해 소비자와 직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이 어려운 일을 수행하는 대가로 임원진이나 이사들은 보통 높은 연봉을 받는다.

Shareholder capitalism

이렇게 만들어진 기업들은 서로 경쟁하며, 사회에서는 다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상장 회사들은 회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주들은 자신의 철학과 맞는 회사에 투자하여 이익을 실현한다.
  2.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해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 이들의 경쟁으로부터 소비자들은 더 넓은 선택의 폭과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3. 직원들은 자신과 통하는 회사를 선택하고, 좋은 업무 환경에서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보람을 느끼며,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어찌 순리대로만 돌아가겠는가? 기업은 소비자를 기만하고, 악용함으로써 더 높은 이윤을 내려고 할지도 모른다. 몇몇 주주들이 합심하여 회사의 권리를 남용하고, 다른 주주들의 이권을 침해하여 이익을 독점할지도 모른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직원들을 부당하게 압박하여 이윤을 만들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기업이 힘을 악용하면 힘없는 대부분의 개인은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정부에서는 여러 장치를 통해 이런 악용이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보완해준다. 예를 들어서, 성공한 회사의 주주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간극은 개인과 기업만 보면 문제점이나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성공한 기업의 가치는 이미 높을 것이기 때문에 신규 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주들보다 훨씬 큰 비용을 내야 한다. 즉, 진입 장벽이 생기고, 이 구조가 굳어지면 사회 불평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체 시스템이 전제로 하는 평등한 개인이 무너진다면, 위 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어려운 역할을 함으로써 한 국가에서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돕는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해한 주주 자본주의이다.

다음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상장 기업 A와 B가 합병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합병 조건이 A의 주주에게는 불리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A의 가치가 떨어져서,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서 주주의 이익을 지켜낸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경영진의 존재 의미는 주주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함이니, 이해 못 하는 주주들에게 합리적인 설명은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A의 경영진이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자. 이들은 사실 B와 특수 관계에 있었고, B와 합병함으로써 개인적인 이득을 챙길 수 있다. 그러니 A의 조건이 불리할수록 B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경영진들은 더 큰 이득을 얻는다. 이런 경우 A의 경영진은 시스템이 제동을 걸지 않는 한 A의 주주를 위해 행동하는 것 보다 B의 주주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래서 직원들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실들만 널리 알리고, 절차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기업의 가치 평가는 워낙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경영진에서 자신들의 논리를 우세하게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는 기업이 개인으로부터 삼중고를 겪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렇게 시스템이 잘못 작동하면, 개인은 3가지 방향으로 고통을 받는다. 경영진들의 특수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대부분 주주는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해줄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직원들은 현실적으로 경영진의 주문을 거절할 수 없을 테니, 보람을 느낄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의 이득을 위해서 소비되었다. 마지막으로 경영진들이 이런 식으로 큰 이득을 얻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제품으로 경쟁할 필요를 덜 느낀다. 결국, 개인은 소비자로서 시장의 덜 좋은 제품들을 더 비싸게 소비해야 하는 고통을 받는다.

생물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생태계에서 승리하는 것은 그 세상에서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고, 그런 종들이 번성하게 된다. 주주 자본주의라는 생태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위 시나리오가 아무렇지 않게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이 환경에서 이득을 낼 수 있는 기업과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기업들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더 교묘하게 특정 소수가 이득을 낼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한다. 주주들은 그런 교묘한 능력이 있는 회사에 투자하며, 주식 시장에서는 경영진들의 사적 관계가 제품보다 더 논쟁거리가 된다. 자연스럽게 국가의 경쟁력은 약화한다. 문제는 국가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옆에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국가가 있다고 해보자. 소비자는 그 시장에서 더 넓은 선택권과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것이다. 근로자는 그 시장에서 노동을 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 주주는 그런 시장에 투자하려 할 것이다. 한 번 이런 방향으로 시장이 발전하면 그 방향을 바꾸는데에는 굉장히 큰 비용이 들 것 같다. 나는 주주 자본주의가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시스템은 잘 동작하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