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우리는 각자의 전투를 매일 치른다. 공부도, 직장 생활도, 인간관계도 쉬운 것은 하나 없다. 세상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흐름을 쫓아가기 쉽지 않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강인하고 독립적인 자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자아는 생각의 힘으로부터 형성된다. 생각의 힘이란, 표면적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이해하고 나름의 해석을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다음의 이유로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 빠르고 과격한 변화: 사회의 틀이 끊임없이 변화할 때, 기존의 지식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GDP를 현대 사회에서 의심 없이 쓸 수 있을까? 저 수치가 오르는 것이 내 삶의 질과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 지적 재산권이 점점 중요해지는데 GAAP 수치에 예전처럼 의존할 수 있을까? 연차대로 연봉을 주는 조직이 경쟁력이 있을까? 장유유서를 고집하는 문화가 경쟁력이 있을까? 경쟁력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답은 없는 문제지만, 주관을 갖고 사회적 변화에 본인을 맞춰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의견은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 정보의 양과 질: 방대한 정보가 빠르게 흐르지만, 늘어난 양만큼 정보의 질이 오르지는 않는다. 단편적인 사실들이 넘쳐날 때, 이들을 연결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가짜 뉴스(fake news)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이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명백히 거짓을 얘기하는 미디어는 비교적 쉽게 거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진술은 사실과 거짓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에서는 해고돼도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이 어떤 종류의 일자리를 구하는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같은 사람도 연봉 5억짜리 일자리는 구하기 힘들지만, 5천만 짜리 일자리는 비교적 쉽게 구할지 모른다.
우리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생각의 결과물이다. 우리의 생각에서 만들어졌고, 우리의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All that we are is the result of what we have thought; it is founded on our thoughts, it is made up of our thoughts. – Gautama Buddha (부처님)
바둑은 인생처럼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인생보다 규칙이 명확하고 진행이 투명하지만, 알파고 이전에는 컴퓨터가 인간에게 역부족이었을 만큼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바둑판에서 모든 게 이루어지는 만큼 본인 말고는 탓할 곳이 없다는 점, 그리고 스포츠의 특성상 1등만 살아남는 살벌함은 인생보다 잔인한 면이 있다. 그런 바둑판에서 오랫동안 독보적인 존재였던 조훈현 역시 선택이란 무엇이고, 생각이란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압도적으로 똑똑한 사람들은 모든 문제를 순식간에 풀어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IQ가 220이 넘는다는 테렌스 타오나 조훈현 모두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1. 그들은 오히려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들고, 해결한다. 물론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순식간에 문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들도 무수히 넘어지고 깨진다. 이 책은 어떻게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지를 고수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의 제자 이창호 국수를 선망하며 바둑을 뒀던 사람으로서 특히나 반가운 책이었다. ∎
추가로 읽기 좋은 책:
- Principles – Dalio, Ray
- 호모 데우스 — Yuval Noah Harari
Credit 🔗
Lee Jin-Man/AP/Rex/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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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렌스 타오의 블로그: Does one have to be a genius to do maths? 에서 타오는 고독한 천재가 독방에서 스르륵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미지가 현실을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꾸준히 공부하고, 그 위에서 집요하게 파고들어 약간의 성취를 낸다는 것이다. 몇백 년 전에야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 별것 없었으니 한 명의 천재가 파괴적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를 막론하고 인류 총 지식의 아주 작은 부분에만 관여할 수 있다. 천재의 이미지가 극적이긴 하지만 현실과는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