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The courage to act: a memoir of a crisis and its aftermath
- 저자: Ben S. Bernanke (전 Fed 의장)
2008년의 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보다 더한 위기라고 할 만큼 충격이었다1.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리만 브라더스가 하루아침에 사라졌고, 미국은 800조 원(한국 GDP의 절반 정도)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세상은 아직 저성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양적 완화는 자연스러운 정책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 위기의 중심에 있던 미국은 이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 책의 저자가 있었다. 이 책은 그 긴박한 상황들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모든 문제를 미리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버블은 터졌을 때만 버블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유일해 보이는 방법은 완전한 통제인데, 역사는 이 방법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가르쳐준 바 있다 (정부의 간섭이 위기를 더 크게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시장에 자유를 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씨티그룹의 대표는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은유했다:
음악이 계속되는 한 계속 춤을 춰야 한다.
As long as the music is playing, you’ve got to get up and dance. — Charles Prince
2008년의 금융위기는 시장이 위험을 한참 과소평가해서 발생했다. 하지만 시장을 망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아이러니다. 은행이 하나둘 무너지면, 전체 시스템의 붕괴와 급증하는 실업률을 막을 길이 없다. 실업률이 1%만 떨어져도 40,000명이 사망한다고 한다2. 그러니 2008년의 금융위기가 제대로 수습되지 못했다면 그 파급력은 끔찍했을 것이다.
이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잘못(본인의 것이 아니어도)을 원망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어떻게 해도 욕을 먹는 상황은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다. 아무 행동을 하지 않으면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겠지만, 잘못한 금융권을 세금으로 돕는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지지를 받기 힘든 선택이다. 게다가 자본주의에서 잘못한 조직을 망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길게 봤을 때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들다.
부도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 없는 기독교와 같다.
Capitalism without bankruptcy is like Christianity without hell. — Frank Borman
마지막으로, 그런 정책들이 잘 작동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저자는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용기를 보여주고, 시장에 필요한 희망을 어느 정도 조성한다. 전혀 상관없이 보이지만, 시스템 개발자인 나에게 자극도 많이 되고, 공감도 많이 갔다. 복잡한 대규모 시스템에서 갖가지 실패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변화는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그렇다고 아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가장 확실하게 망하는 길이다. 실패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를 이해하고, 용기 있게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 사회의 구성원은 어떻게든 미국의 금융 정책에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게다가 2008년의 금융위기는 아직 끝났다고 후련하게 말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주제가 어렵긴 하지만, 저자는 경제학 교수 출신답게, 많은 부분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그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아무도 내려보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했던 그의 갈등과 고뇌를 엿볼 수 있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추가로 읽기 좋은 책:
- 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 — Milton Friedman
- 하드 씽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 Ben Horowitz
Credit 🔗
Oli Scarff/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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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Bernanke: The 2008 Financial Crisis Was Worse Than The Great Depress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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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는 빅 쇼트 (The Big Short, 2015)에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