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경 나의 주된 관심은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개발자로 커리어를 만들기 좋은 기회나 투자하기 적합한 회사를 찾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고민 뒤, 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몇몇 주식을 구매하는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많은 선택이 무난하게 풀렸지만, 그 결정들은 파편화되어 있었고, 이들을 활용하여 후속 단계를 결정하고 연결 짓는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했다.
7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 시스템은 미약하게나마 지나온 결정들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축적뿐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시장의 혼란 같은 내 능력 밖의 나쁜 결과들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이 시스템은 전략적이고 단발성 결정보다 훨씬 강력하다. 예를 들어, <차이를 만드는 커리어>에서는 커리어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유했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전략을 일반화하여 확장해보고자 한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나 🔗
매우 간단하게 얘기해서 삶이란 다음의 연속이다:
- 과거를 해석하기.
- 미래를 예측하기.
- 지금 행동하기 (해석과 예측에 기반하여).
그리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지만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개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하기.
- 예: 새로운 언어 배우기.
- 효율: 내가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 해내기.
- 예: 로봇 청소기를 들여와서 청소 시간을 반으로 줄이기.
- 잡무: 후퇴하지 않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들.
- 예: 아기 기저귀 갈아주기.
- 계획: 자신을 점검하고, 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
- 예: 3개월 동안 회계 수업을 듣기로 결정.
- 완충: 위의 작업 외의 것들로 삶을 채우기.
- 예: 운동, 독서, 친목 등.
이런 분류법은 개인을 넘어서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용하다. 예를 들어, 조직에서 더 큰 역할을 맡아서 팀이나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도 비슷한 전략을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적인 사례를 들자면, 개발 팀장으로 근무할 때, 위 구조를 활용하여 다음 프로젝트를 결정하거나 주어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팀의 역량을 장기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유형별로 다음 프로젝트들을 구상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여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지금 수행하기는 애매하고 산만하기만 할 수 있는 일들은 배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완충 지대를 인식하고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는 굉장히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팀이 제약받을 때 가장 먼저 축소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가치 창출 🔗
이 분류법을 잘 보면 오직 처음 두 행동(개발, 효율)만이 직접적으로 가치를 창출하지만, 다음 두 행동(잡무, 계획)이 그 둘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잡무가 너무 많다면 (예: 개발팀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버그를 고치는 데 대부분 시간을 쓰고 있음), 개발이나 효율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잡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우선으로 생각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것도 생산적이지 않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용기를 갖고, 직접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완벽한 계획을 만드는 것보다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결정은 70% 정도 준비되면 이행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90%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느리다.
Most decisions should probably be made with somewhere around 70% of the information you wish you had. If you wait for 90%, in most cases, you’re probably being slow.
– 제프 베조스 (2016년 아마존 주주 서한)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개발과 효율의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당신이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자. 개발에 너무 집중하면 매출은 증가할 수 있지만, 비용 구조가 사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갑자기 시장에 현금이 줄어들었고, 많은 회사는 빠른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을 내보내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너무 효율에 집중하면 사업이 충분히 빠르게 성장하지 못해서 생존에 불리할 수 있다. 물론 최악의 결정은 별 도움이 안 되는 일에 너무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이는 꽤 흔하게 일어나는데, 세상에는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주위만 분산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속성과 변화 🔗
가치 창출을 위한 견고한 구조가 잡히면, 낭비를 최소화하고 그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런 구조는 조직이 커졌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데,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복잡성을 따라 매우 증가하기 때문이다. 견고한 구조를 통해 조직은 쉽게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여러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해서 함께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한다 (예: 상품 개발팀이 기능에 집중하고, 플랫폼 팀이 안정성에 집중). 뛰어난 리더들이 전 조직을 아우르는 방향성을 제시하곤 하는데, 이 또한 사업이 나아가는 비전이 어느 정도 견고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진정으로 위대한 사업은 견고한 “성벽"이 높은 자본 수익률을 보호한다.
A truly great business must have an enduring “moat” that protects excellent returns on invested capital.
– 워런 버핏 (2007년 주주 서한)
하지만 가끔 파괴적인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그 무엇도 영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93년 워런 버핏은 Wrigley라는 최고의 껌 회사가 지속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언급했다1. 이는 훌륭한 통찰이었고, 오랫동안 그 어떠한 껌 회사도 경쟁이 되지 않았지만, 2010년대에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껌을 씹는 습관 자체를 바꿔버리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 이런 “블랙 스완” 같은 변화에 대비하는 완벽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작은 실험적 시도들을 통해서 파괴적인 변화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는 있다. 그리고 적당히 확신이 섰다면 남들이 이끄는 변화에 끌려가기 전에 스스로 변화를 주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직이 될 수도 있고, 이민이 될 수도 있고, 전공을 바꾸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적용과 반복 🔗
위에서 정리한 전략을 다양한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을 돕기 위해 개인적인 사례들을 들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다음 진행할 프로젝트들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더 명료하게 정의하고 수행할 수 있었다. 어떤 식의 가치를 창출하는지 명확하게 분류하지 않았을 때는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를 남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개발, 효율, 그리고 운영적 장점을 섞어서 얘기할 때 본질은 흐려지고, 오히려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명확한 목표가 있는 프로젝트는 더 널리 지원받고, 중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쉽게 방향을 조정할 수 있었다.
- 개발 팀장으로서, 사내의 견고한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능 추가나 효율성을 더욱 쉽게 높일 수 있었다. 내재한 내구성은 안정적인 미래 계획을 수립하고, 장기 프로젝트를 흔들리지 않고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불행하게도, 조직이 커지면서 명료함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오히려 더 복잡하고 비싼 해결책을 선호할 수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이러한 안타까운 결과를 하나의 정보로 활용하여 이직과 같은 다른 선택지를 탐색하기 시작할 수 있었다.
- 개미 투자자로서, 기업의 사업 모델이 지속해서 확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볼 수 있었다. 기업은 견고한 구조를 통해 과도한 재정적 운영적 지출 없이 성장을 꾀할 수 있고, 이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가정이 흔들렸을 때는 미련 없이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었다.
- 개인적 삶을 단순하게 유지하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에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예: 읽기, 쓰기, 충분한 수면).
이러한 전략의 구조는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남들의 사례로부터 배우고 직접 적용할 여지가 많다 (특히 도움이 되었던
들은 따로 정리해 보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너무나 불확실하고, 우리는 여전히 원치 않는 결과를 종종 마주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겸손하게 처한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을 활용하여 미래에 대한 예측을 수정해보며 실행을 보정해나가야 한다. 꾸준한 반복 실행을 통해서 우리는 실패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성공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개개의 결과가 아닌 끊임없이 삶을 탐구하고 개척해 나가는 것 자체가 삶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Credit 🔗
Wait But Why 블로그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그림을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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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워런 버핏이 지속적인 경쟁 우위에 관한 의견을 나누면서 나온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