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선, 합격, 계급

· 485 단어 · 3분 소요

저자: 장강명 (소설가)

요약:

  1. 과거 시험, 공무원 시험, 공채 시험, 공모전 같은 엘리트 시험 제도는 제너럴리스트들을 대규모로 뽑는데 효율적이다. 다만, 단점이 크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2. 다양성을 품을 수 없다는 점이 특히 치명적이다. 시험이 완벽할 수 없을뿐더러, 제도권이 정해둔 틀에 부합하는 사람들만 선별된다. 이런 인원은 지속적 혁신은 유리할지 몰라도 파괴적 혁신 은 만들기 힘들다.
  3. 정보가 불투명하고, 성공에 대한 보상이 약하며, 실패에 대한 대책이 없는 곳에서 간판에 집착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 세 가지가 개선될 때, 견고한 엘리트 시험의 성벽이 약해질 수 있을 것이다.

Book cover

<아시아의 힘> 에서 보여주듯 한국은 IMF 전까지 매우 효과적으로 성장했고, 많은 수의 제너럴리스트가 빠르게 필요했다. 이미 익숙한 과거시험이 수능, 공무원 시험, 삼성 직무 시험 적성검사로 이어졌고, 출신 성분이 아닌 공정한 점수를 바탕으로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이 단순하고 강력한 모델은 사회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험은 현실의 복잡성을 따라갈 수 없다. 현실이 복잡해질수록 시험과 현실의 괴리는 커지며, 합격자를 구분하기 위해 불필요한 난이도만 더해진다. 유교 경전은 달달 외우지만 민생에는 어두웠던 샌님들처럼, 시험은 잘 보지만 현업에는 어두운 사람들을 양산하기 쉽다. 인재를 잘 선별하는지와 별개로도 문제가 있다. 의미 있는 성과를 위해서는 이후의 노력이 중요한데, 시험 하나로 엘리트를 분류해버리면 사회는 중요한 동력을 잃는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엘리트 성 안에 살고 있는 교사들이 임용고시에 도전하는 사람들보다 얼마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지 다룬다. 애매한 기준으로 사람들을 나눈 뒤, 한 쪽은 동기를 없애고, 다른 쪽은 기회를 없애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괴리는 꽤 흔한 일이다. 업무 능력이 아닌, 나이 같은 요소가 승진이나 보상의 주요 요인이 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문제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단점이 적은 사람보다 강점이 강한 사람이 더 필요하다. 각자의 장점으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교환하면서 모두가 이득을 본다. 시험 만능 주의는 반대 방향으로 사회를 압박한다. 수능에서 상위권 학생들은 맞춘 답을 세는 것이 아니라 틀린 답의 수를 센다. 오답에 대한 강박관념을 학습한 학생들은 단점이나 실패에 불필요하게 불안해하고 정답에 집착한다. 현실의 대부분의 문제는 정답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것이다. 0점이 평균인 고난도의 시험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지만, 기존의 엘리트가 정해둔 틀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이 속에서 다양한 관점을 갖고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인재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 욕심이다.

혁신가와 그들의 창조적 활동이 자본주의를 풍요롭게 하는 핵심이다.

Entrepreneurs and their innovating activity were thus the source of profit in the capitalist system. – Joseph Schumpeter (interpreted by Robert Heilbroner)

시험 만능주의는 간판 만능주의로 이어지고, 깨기 힘든 구조를 형성한다. 저자는 한국을 “경쟁은 치열한 반면 신뢰 수준은 아주 낮은 사회“라고 평한다. 시험이 그나마 평등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인식되기 때문에, 누구도 이 제도를 건드릴 수 없다. 차선책은 정보를 투명하게 하여 간판의 실제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들의 평균 연봉, 근속 연수, 휴가 일수, 출장 빈도 등을 공개하면 구직자가 간판에 의지할 이유가 줄어든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수집하고, 검증하고, 관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가치 있는 시도로 보인다. 이 구조를 노동자가 혼자 타파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 구조를 이해하면 불필요한 좌절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나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

추가로 읽기 좋은 책:

  • 혁신기업의 딜레마 (The Innovator’s Dilemma)
  • 창의성을 지휘하라 (Creativity Inc.)
  • 그릿 (Grit)
  • 오리지널스 (Origi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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