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직업의 지리학

· 622 단어 · 3분 소요
  • 원제: The New Geography of Jobs,
  • 저자: Enrico Moretti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요약:

  1. 직업마다 지역적 성질이 다르다. 요가 강사나 택시 기사는 근방의 고객을 상대하고 (non-tradable), 자동차나 소프트웨어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tradable). 후자의 성패가 전자의 소득 수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 시장의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두터움 (market thickness)이 중요하다. 이는 다양한 능력을 요구로 하는 혁신 사업에 더 결정적이다. 10명의 노동자와 10개의 일자리가 있는 것보다 1만 명의 노동자와 1만 개의 일자리가 있는 것이 양쪽에게 더 매력적이다. 기업은 노동자가 있는 곳으로, 노동자는 기업이 있는 곳으로 몰리면서 도시의 번영이 진행되며, 외부에서 이 흐름을 뒤집기는 어렵다.
  3. 혁신을 지속하지 못할 때 번영이 끝난다. 새로운 기술은 따라잡히기 마련이다. 아이폰 공정같이 복잡한 일도 이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진행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애플 본사에서는 다른 시장이 따라 할 수 없는 혁신을 계속 창출해야 한다.
  4. 개인에게는 능력보다 거주지가 커리어에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뛰어난 동료들과 (혹은 경쟁자들과) 일하면서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는 지역이 결정한다.

Book cover

과거에 번성했던 도시는 패턴이 있었다. 강을 끼고 발전한 고대 문명들을 시작으로, 도시의 방어나 물류의 이동 같은 지리적인 요건이 중요했다. 대부분의 가치가 무형 자원에서 발생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생산성이 큰 차이가 나는 20세기부터는 도시의 번영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50년간 디트로이트는 몰락했고, 심천은 번성했다. 현재에 와서 실리콘밸리, 뉴욕, 시애틀이 번성한 이유를 수없이 찾을 수 있겠지만, 50년 전 기준으로 보면 결국 우연의 힘이 컸다. 빌 게이츠가 집 근처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확장하지 않았다면 시애틀의 모습은 지금과 상당히 다를 것이다. 그만큼 예측은 어렵고,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기 쉽다.

노동자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첫 번째 교훈은 유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것이다. 나에게 높은 연봉을 줄 수 있는 지역으로 가는 것은 단기적으로 탐욕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대한항공 가문 같은 경우가 아닌 이상, 나에게 “그냥" 돈을 잘 주는 회사는 없다. 높은 연봉은 현재의 높은 가치를 의미할 뿐 아니라, 주위에 뛰어난 동료가 많아서 앞으로도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혁신을 지속하지 못하면 현재의 우위를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두 번째 교훈은 끊임없이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포함한 대다수의 분석은 대학 졸업 여부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다룬다. 대학에 4년 투자가 이런 큰 차이를 보이는데, 더 세세한 분석이 가능하다면 더 명확한 교훈이 있을 것이다. 30-60대에도 알맞은 교육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 효과는 복리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도시의 성패에 정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도시가 번성하면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양극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주택의 공급을 맞추면서 대중교통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이 흐름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소수만 비싸진 부동산의 이득을 누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싼 주거 비용, 높은 노숙자 비율,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긴 출퇴근 시간으로 고통받게 된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실리콘밸리가 이 문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집값은 솟구치고 노숙자들이 넘쳐나며, 이미 절반에 가까운 거주자들이 떠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1. 여전히 압도적인 위치에 있지만, 다른 도시들과 격차가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2. 경직된 노동 시장이나 낡은 금융 시스템도 정책적으로 개선할만한 좋은 예이다. 혁신의 과실을 어떻게 두루 누리게 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모든 직종의 수요가 올라간다고 해도, 외부에서 비슷한 노동자의 공급이 많아진다면 소득은 제자리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이는 이민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유동성이 적은 노동자들은 어떻게 도울지 등의 문제로 연장된다. 기업과 노동자가 줄어드는 경우, 이 쇠퇴의 흐름을 꺾는 것도 정책 진행자들이 다뤄야 할 어려운 문제다.

이미 부유한 나라들은 후발 주자의 추격이 부담스럽고, 혁신은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한국에 70년대의 고성장을 바라며 군사독재를 그리워하는 의견이 있듯이, 미국에도 제조업을 부흥시키길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그때의 혁신이었던 제조업은 이제 전 세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기술만 사용하며 부유하게 사는 선택지는 없다는 것이다. 레드오션에 뛰어들어서 소득수준을 낮추는 선택과, 계속 혁신을 추구하는 선택뿐이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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