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문제와 관세의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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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알못 시스템 개발자가 이해해보려는 관세의 흐름.

  1. 상황: 기축통화를 활용한 대규모 무역 적자는 미국에 너무 좋아 보임. 원가가 0인 달러를 찍어서 다른 국가들이 만든 물건을 사 온다는 것은 김선달 이상의 장사 같음. 게다가 이렇게 나간 달러는 상당량 미국채나 주식 투자로 돌아오고, 이는 금융이나 기술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수월하게 함. 이를 있어 보이는 표현으로는 exorbitant privilege라고 함.

  2. 문제1 - 제조업: 치명적 문제는 자국의 마진이 낮은 제조업을 말살한다는데 있음. 부유한 월가나 실리콘밸리 뒤에서 <힐빌리의 노래>가 미국의 삶을 더 잘 반영하는 것임. 단순하게 보면, 전 국민이 고부가가치 산업을 하고, 저부가가치 산업은 외주 주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덧셈도 못하면서 미적분을 하겠다는 것처럼 현실성이 없어 보임. 게다가 건설이나 농업 같은 로컬 산업들은 외주가 불가능하기도 함.

  3. 문제2 - 안보: 외주의 신뢰도 문제임. 개인들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다양한 개성이 나오듯이, 풍요로워진 국가들도 원하는 바가 다름. 마진이 낮은 주요 산업을 외주 줬다가 그 신뢰가 내 목에 칼을 겨눌 수 있는 것. 실제로 중국은 서방과 다른 모델을 원하는 것이 자명해 보이고, 세상의 외주를 도맡아 하며 엄청난 영향력을 얻음. 그 대단한 애플도 중국의 의존도를 의미 있게 줄이지 못함.

  4. 문제3 - 지속성: 기축통화라는 신용을 바탕으로 한 무역 적자도 영원히 가능하지 않음. 긍정론자인 버핏조차 이 현상이 문제라고 1987년부터 생각하고, 2003년에는 당장 고쳐야 한다고 경고하며, 관세 같은 정책을 해결책으로 제안. 게다가 커져만 가는 정부 부채는 달러의 신용을 더욱 위협함 (이 두 적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어 보임 - twin deficits hypothesis).

  5. 문제4 - 젊은 세대: 자산이 외부에서 계속 유입되면 가격이 자연스럽게 오르는데, 특히 비싼 부동산은 젊은 세대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킴. 이런 세대 간 불평등은 사회의 고령화를 가속화하는 등, 장기적으로 서서히 사회를 잠식시킬 것. 이 역시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고, 10년 전에도 비슷한 리뷰를 했음.

  6. 해결책의 방향: 위의 문제들에 경각심을 느낀다면,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관세, 정부 효율화, 규제 완화는 일리가 있어 보임.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위험 요소들도 많지만 다른 더 좋은 옵션이 있는지는 모르겠음. 미국도 고령화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효율화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세가 주될 것 같음. 그리고 궁극적인 목적이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도 추측은 해볼 수 있음.

  7. 국가별 협상: 베트남 같은 국가의 제조업은 어차피 미국이 할 수 없는 영역이고, 소비 시장만 위축시킬 테니 관세 협상이 그나마 순조롭게 흘러가기 쉬울 것 같음. 일본처럼 추구하는 가치가 유사하면 위의 신뢰 문제가 해결되면서 협상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지만, 기존의 우방이라고 현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은 아님. 러시아와 협상이 평화로워 보이고, 캐나다와 협상은 삐걱거려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같음. 그래서 상당수 국가들의 협상은 서로에게 쉽지 않을 것 같음.

  8. 관세 다음: 관세가 잘 안 통하면 더 극적인 수들이 나올 것. 중국의 Great Firewall이 유튜브나 페북을 막고, 유럽의 GDPR 같은 규제로 수출을 힘들게 하고, 한국이 구글맵이나 우버를 힘들게 하는 것 같은 장벽들에서 보듯이 비관세 장벽은 다양한 얼굴을 한 흔한 정책임. 100년 국채처럼,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 같음. 물론 상식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기도 함. 문제와 해결책을 오픈 마인드로 보는 것이 필요한 듯.

  9. 희망 편: 이미 서서히 올라가고 있던 국가 간 장벽이, 초기의 충격을 딛고 다시 낮아질 수도 있음. 이는 소비자의 후생을 높이고, 기업들이 더 넓은 시장을 활용하게 할지도 모름. 이런 긍정적인 시나리오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음.

  10. 시장의 반응: 주식 시장은 사람들의 평가를 반영하지만, 대중이 칭찬한다고 묘수도 아니고, 모두가 욕한다고 떡수도 아님. 판이 좀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시장이 위로 튈지 아래로 튈지는 중요한 문제 같지 않음 (그래서 레버리지 투자는 위험). 오히려 시장이 휘청거린다고 문제를 방치하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음. 종양이 자라고 있는데, 수면 마취가 무섭다고 시술을 거부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뒤로 미루는 것.

위의 흐름 대신에 트럼프가 광인이라고 결론내리는 것도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임. 개인적으로는 위의 방향성이 더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닌 것 같으면 다시 생각해볼 예정. 이런 거시 흐름의 파도는 경제 활동을 하는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