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알못 시스템 개발자가 이해해보려는 관세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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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기축통화를 활용한 대규모 무역 적자는 미국에 너무 좋아 보임. 원가가 0인 달러를 찍어서 다른 국가들이 만든 물건을 사 온다는 것은 김선달 이상의 장사 같음. 게다가 이렇게 나간 달러는 상당량 미국채나 주식 투자로 돌아오고, 이는 금융이나 기술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수월하게 함. 이를 있어 보이는 표현으로는 exorbitant privilege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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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1 - 제조업: 치명적 문제는 자국의 마진이 낮은 제조업을 말살한다는데 있음. 부유한 월가나 실리콘밸리 뒤에서 <힐빌리의 노래>가 미국의 삶을 더 잘 반영하는 것임. 단순하게 보면, 전 국민이 고부가가치 산업을 하고, 저부가가치 산업은 외주 주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덧셈도 못하면서 미적분을 하겠다는 것처럼 현실성이 없어 보임. 게다가 건설이나 농업 같은 로컬 산업들은 외주가 불가능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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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2 - 안보: 외주의 신뢰도 문제임. 개인들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다양한 개성이 나오듯이, 풍요로워진 국가들도 원하는 바가 다름. 마진이 낮은 주요 산업을 외주 줬다가 그 신뢰가 내 목에 칼을 겨눌 수 있는 것. 실제로 중국은 서방과 다른 모델을 원하는 것이 자명해 보이고, 세상의 외주를 도맡아 하며 엄청난 영향력을 얻음. 그 대단한 애플도 중국의 의존도를 의미 있게 줄이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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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3 - 지속성: 기축통화라는 신용을 바탕으로 한 무역 적자도 영원히 가능하지 않음. 긍정론자인 버핏조차 이 현상이 문제라고 1987년부터 생각하고, 2003년에는 당장 고쳐야 한다고 경고하며, 관세 같은 정책을 해결책으로 제안. 게다가 커져만 가는 정부 부채는 달러의 신용을 더욱 위협함 (이 두 적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어 보임 - twin deficits hypoth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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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4 - 젊은 세대: 자산이 외부에서 계속 유입되면 가격이 자연스럽게 오르는데, 특히 비싼 부동산은 젊은 세대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킴. 이런 세대 간 불평등은 사회의 고령화를 가속화하는 등, 장기적으로 서서히 사회를 잠식시킬 것. 이 역시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고, 10년 전에도 비슷한 리뷰를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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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의 방향: 위의 문제들에 경각심을 느낀다면,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관세, 정부 효율화, 규제 완화는 일리가 있어 보임.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위험 요소들도 많지만 다른 더 좋은 옵션이 있는지는 모르겠음. 미국도 고령화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효율화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세가 주될 것 같음. 그리고 궁극적인 목적이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도 추측은 해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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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협상: 베트남 같은 국가의 제조업은 어차피 미국이 할 수 없는 영역이고, 소비 시장만 위축시킬 테니 관세 협상이 그나마 순조롭게 흘러가기 쉬울 것 같음. 일본처럼 추구하는 가치가 유사하면 위의 신뢰 문제가 해결되면서 협상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지만, 기존의 우방이라고 현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은 아님. 러시아와 협상이 평화로워 보이고, 캐나다와 협상은 삐걱거려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같음. 그래서 상당수 국가들의 협상은 서로에게 쉽지 않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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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다음: 관세가 잘 안 통하면 더 극적인 수들이 나올 것. 중국의 Great Firewall이 유튜브나 페북을 막고, 유럽의 GDPR 같은 규제로 수출을 힘들게 하고, 한국이 구글맵이나 우버를 힘들게 하는 것 같은 장벽들에서 보듯이 비관세 장벽은 다양한 얼굴을 한 흔한 정책임. 100년 국채처럼,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 같음. 물론 상식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기도 함. 문제와 해결책을 오픈 마인드로 보는 것이 필요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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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편: 이미 서서히 올라가고 있던 국가 간 장벽이, 초기의 충격을 딛고 다시 낮아질 수도 있음. 이는 소비자의 후생을 높이고, 기업들이 더 넓은 시장을 활용하게 할지도 모름. 이런 긍정적인 시나리오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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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반응: 주식 시장은 사람들의 평가를 반영하지만, 대중이 칭찬한다고 묘수도 아니고, 모두가 욕한다고 떡수도 아님. 판이 좀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시장이 위로 튈지 아래로 튈지는 중요한 문제 같지 않음 (그래서 레버리지 투자는 위험). 오히려 시장이 휘청거린다고 문제를 방치하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음. 종양이 자라고 있는데, 수면 마취가 무섭다고 시술을 거부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뒤로 미루는 것.
위의 흐름 대신에 트럼프가 광인이라고 결론내리는 것도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임. 개인적으로는 위의 방향성이 더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닌 것 같으면 다시 생각해볼 예정. 이런 거시 흐름의 파도는 경제 활동을 하는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