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커리어는 막막하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중심축은 국가 → 기업 → 개인으로 넘어오고 있으며, 고시나 대규모 공채 같은 정형화된 커리어는 대다수에게 더 이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아시아의 힘>과 <당선, 합격, 계급>을 리뷰하면서 더 다뤘다). 이렇게 커리어가 파편화되면서 그 누구의 조언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게 되었고, 우리는 스스로의 방향과 실행을 정해야 하는 자유와 책임이 생겼다.
특별히 잘하거나 좋아하는게 없는 이 막막함 속에서 좋은 책들은 큰 도움이 됐는데, <커리어 굴리기> (그리고 v2) 같은 글을 정리할 수 있던 것도 이들의 기여가 컸다. 이제 읽어 본 책이 300권을 넘어가니 (Goodreads), 그중, 시작하기 좋은 10권을 소개해 본다. 이들이 막막함을 해소해주지는 않겠지만 막막함과 살아가는데 의지는 되어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모든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고도 말이다.
관점: 어떻게 커리어를 접근할까
- The Startup of You / 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
- Only the Paranoid Survive /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 How to Fail at Almost Everything and Still Win Big / 더 시스템
실행: 어떻게 헤쳐나갈까
- Deep Work / 딥 워크
- Grit / 그릿
- Ultralearning / 울트라러닝
전략: 어떻게 세상과 나를 이을까
- The Art of Strategy / 전략의 탄생
- Fooled by Randomness / 행운에 속지마라
- The New Geography of Jobs / 직업의 지리학
-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 하버드 인생학 특강
관점 🔗
20세기의 교육을 물려받은 우리는 커리어를 정적으로 접근하곤 한다. 의사, 변호사, 교사 같은 정형화된 모습이 있고, 자격증이나 학위를 단계적으로 밟아가면서 고정된 목표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이제는 10년 뒤의 직종이 현재 존재하는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10년 전에 유튜버가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듯 말이다. 이는 커리어에 대한 접근을 새로 시작해 볼 기회기도 하다.
1. The Startup of You 🔗
- 배경: 2012년 출간, 실리콘밸리, 링크드인
- 부제: Adapt to the Future, Invest in Yourself, and Transform Your Career
- 과거 리뷰: 2013-07-03
현대의 동적인 커리어는 시험에 합격하는 것보다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에 더 가깝다. 직접 창업하지는 않더라도, 불확실성 속에서 끊임없이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고, 노력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도 비슷하다. 신입 시절 읽은 이 책이 커리어의 방향성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전통적인 커리어 경로가 사라짐에 따라, 이전 세대들이 누렸던 전통적인 직업 개발 공식들 또한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고용주의 지시만 따라가면서 주요한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 없다. 심지어 신입 직원도 입사하자마자 맡은 일을 바로 수행할 수 있거나, 몇 주 이내에 빠르게 익혀서 업무에 적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든, 아니면 단순히 고용된 직무에서 더 잘하고 싶든, 이제는 스스로 훈련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본인의 책임이 되었다.
With the death of traditional career paths, so goes the kind of traditional professional development previous generations enjoyed. You can no longer count on employer-sponsored training to enhance your communication skills or expand your technical know-how. The expectation for even junior employees is that you can do the job you’ve been hired to do upon arrival or that you’ll learn so quickly you’ll be up to speed within weeks. Whether you want to learn a new skill or simply be better at the job you were hired to do, it’s now your job to train and invest in yourself.
2. Only the Paranoid Survive 🔗
- 배경: 1988년 출간, 실리콘밸리, 인텔.
- 부제: How to Exploit the Crisis Points that Challenge Every Company and Career
- 관련 글: <개발 업계의 거시 흐름과 커리어 파도타기>
전통적인 커리어 경로가 사라진 이유는 세상이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AI, 클라우드, 모바일 등등 10-20년 전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기술들이 이제는 일상이다. 앞으로도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고 가정하면, 최선의 선택은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것이다. 오래된 책이지만, 혼란한 기술과 글로벌 지형의 변화 속에서 인텔을 유연하게 이끌어낸 저자의 핵심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듯하다 (정작 현재 인텔은 매우 헤매는 중이지만).
전략적 변곡점이란 비즈니스의 근본 요소가 변하려고 하는 시점을 말한다. … 이는 소방서가 계획을 세우는 방식과 비슷하다: 다음 화재가 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소방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일상적인 사건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팀을 구성해야 한다.
Srategic inflection point is a time in the life of a business when its fundamentals are about to change. … You need to plan the way a fire department plans: It cannot anticipate where the next fire will be, so it has to shape an energetic and efficient team that is capable of responding to the unanticipated as well as to any ordinary event.
3. How to Fail at Almost Everything and Still Win Big 🔗
- 배경: 2013년 출간, 미국, 미디어.
- 관련 글: <시스템적 사고>
우리의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인과관계를 헷갈리는 것이다. 이 책은 전통적 커리어 관점들이 제시하던 원인과 결과가 얼마나 뒤집혀 있는지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목표, 열정, 성과 같은 당연히 좋아 보이는 특성들이 좋은 커리어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경직된 사고를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면, 커리어에 대한 관점을 유연하게 바꿔줄 수 있는 책이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은 잘해야 지속적인 성공 이전의 실패 상태에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영구적인 실패 상태에 머물게 된다. 반면, 시스템 지향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의도한 바를 실행한다는 점에서 항상 성공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은 매 순간마다 낙담하는 감정과 싸워야 한다. 반면, 시스템 지향적인 사람들은 시스템을 적용할 때마다 만족감을 느낀다.
Goal-oriented people exist in a state of continuous pre-success failure at best and permanent failure at worst, if things never work out. Systems people succeed every time they apply their systems in the sense that they did what they intended to do. The “goals” people are fighting the feeling of discouragement at each turn. The systems people feel good every time they apply their system.
실행 🔗
현대의 커리어가 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실행법도 정적인 과거와 달라야 한다. 기존에는 성실, 근면, 폭넓은 지식이 가치가 있었다면, 이제는 몰입, 유연한 끈기, 실전 경험이 더 빛난다.
4. Deep Work 🔗
- 2016년 출간.
- 부제: Rules for Focused Success in a Distracted World
우리는 계속해서 이메일, 슬랙, 카톡에 답하면서 바쁜데, 그 끝에 무얼 해냈는지는 답하기 어렵다. 저자는 가치가 깊이에서 나온다고 제시한다. 수십 개의 메시지에 답하면서 일한다는 착각을 하기보다, 하나의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면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것이다. 업무 시간과 일의 양을 늘리기보다, 총량은 짧더라도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고, 그에 걸맞은 소수의 주요 성과에 집중하는 실행을 고려해 볼 일이다.
깊이 있는 작업의 가치는 우리 경제에서 급증하고 있는데, 그와 동시에 깊이 있는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은 희귀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능력을 길러내고 업무 습관의 핵심으로 만드는 소수는 매우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The ability to perform deep work is becoming increasingly rare at exactly the same time it is becoming increasingly valuable in our economy. As a consequence, the few who cultivate the skill, and then make it the core of their working life, will thrive.
5. Grit 🔗
- 2016년 출간.
- 부제: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
열정, 재능, 흥미 같은 요소 중 무엇이 제일 중요할까? 이 문제의 전문가인 저자는 연구 끝에 grit이 가장 중요하고 제시하며, 그 의미를 책 한 권에 걸쳐서 설명한다. 요즘말로 “꺾이지 않는 마음”에 가까울 것 같다. 불확실성이 높은 세계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는 세상에서, grit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재능 x 노력 = 기술
기술 x 노력 = 성과
열의는 흔하다. 인내는 드물다.talent x effort = skill
skill x effort = achievement
Enthusiasm is common. Endurance is rare.
6. Ultralearning 🔗
- 2019년 출간.
- 부제: Master Hard Skills, Outsmart the Competition, and Accelerate Your Career
10년 전에 존재하지 않던 직무를 한다는 얘기는 학습의 중요성이 급증했다는 것이며, 학위나 자격증의 유효기간이 짧아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빠르게 활용할 능력을 습득하는 것은 지식을 쌓던 공부와는 매우 다르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실행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도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오래 헤매었는데, 부족함을 지식의 습득으로 해결하려 하면 더 수렁에 빠지는 듯하다. 그보다는 실전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결과를 만드는 것이 현대에 더 적합한 방향 같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와 ‘새로운 것을 연습한다’라는 표현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이 두 가지 방법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동적인 학습은 지식을 만들어내고, 능동적인 연습은 기술을 만들어낸다.
The phrases learning something new and practicing something new may seem similar, but these two methods can produce profoundly different results. Passive learning creates knowledge. Active practice creates skill.
전략 🔗
새로운 관점과 실행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커리어를 초장기 전략 게임으로 접근하는 것이 괜찮은 방법 같다. 현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해 가며, 예상이 맞았을 때의 이득은 크게 가져가되, 예상이 틀렸을 때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이다.
7. The Art of Strategy 🔗
- 1993년 출간.
- 부제: A Game Theorist’s Guide to Success in Business and Life
- 관련 글: <주주 자본주의?>
학교에서 사회로 나오면서 겪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게임이 싱글 플레이어에서 멀티 플레이어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멀티 플레이어 전략의 시작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다. 나를 고용하는 고용주나, 매니저, 고객, 투자자 등의 입장을 생각하며 플레이를 하는 것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움직임만 고집하는 플레이는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그 본질을 탐구하는 게임 이론은 커리어 전략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전략적으로 생각할 때는, 게임에 참여한 모든 다른 참가자들의 관점과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 당신은 하나의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더 큰 게임의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언제나 더 큰 게임이 존재한다.
When thinking strategically, you have to work extra hard to understand the perspective and interactions of all the other players in the game, including ones who may be silent. … You may be thinking you are playing one game, but it is only part of a larger game. There is always a larger game.
8. Fooled by Randomness 🔗
- 2001년 출간.
- 부제: The Hidden Role of Chance in Life and in the Markets
인간은 본능적으로 확률에 약하고, 미디어는 희박한 일들로 우리를 혼동시킨다. 특히 저자가 속해있던 금융 업계는 운과 실력을 혼돈하는 사례들로 가득하다. 2008년 금융 위기 전까지 은행가들은 서브프라임 성취에 기고만장하다가 무너졌지만, 운 좋은 사람들이 모두 망하는 것도 아니다. 커리어를 운으로 치부하는 것도 너무 단순하지만, 운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위험하다. 포커가 운에 기반한 게임이지만 선수들을 이기기 힘든 것처럼, 좋은 전략은 운이 중요한 판에서도 꽤 유용하다.
모든 일은 지나고 나면 명백해 보인다. … 과거를 돌아보면, 단 하나의 결과만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에 항상 결정되어 있다고 보인다. 우리의 마음은 대부분의 사건을 이전의 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바탕으로 해석하게 된다. … 심리학자들은 이를 후견 편향, 즉 “이럴 줄 알았다” 효과라고 부른다.
Things are always obvious after the fact. … When you look at the past, the past will always be deterministic, since only one single observation took place. Our mind will interpret most events not with the preceding ones in mind, but the following ones. … Psychologists call this overestimation of what one knew at the time of the event due to subsequent information the hindsight bias, the “I knew it all along” effect.
9. The New Geography of Jobs 🔗
- 2012년 출간.
- 과거 리뷰: 2019-01-29
1인 기업과 완전 재택이 가능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커리어는 직업과 도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같은 직무를 하더라도, 대안이 많은 도시에 있는 것만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으며, 절대적으로 보이는 빅테크들 조차 몇몇 도시에서는 훨씬 더 연봉을 지불해야 할 만큼 이 상호작용은 강력하다. 전략 게임에서 주위 지형이 중요하듯이, 우리가 속한 환경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강력한 지렛대가 되어준다.
도시는 쇠퇴하는 산업에 집착할 여유가 없으며, 자신들의 강점을 활용하면서 스스로를 계속 변화시켜야 한다. 변곡점에 도달할 때까지 이를 해내지 못하면 그 지역 사회는 빠르게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Clusters can’t afford to cling to a declining industry but need to leverage their unique strengths to reinvent themselves before the tipping point is reached and the local ecosystem enters a downward spiral.
10.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
- 2012년 출간, <혁신기업의 딜레마> 저자.
- 매우 짧음.
경영학 전문가인 저자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이 본질적으로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돈만 좇는 개인이 잘되기 힘들듯이, 돈만 집착하는 회사는 엔론처럼 파멸하곤 한다. 커리어만도 어렵지만, 결국 삶의 기준은 스스로만 결정할 수 있고, 시간 분배도 그에 맞게 해야 한다. 유망하던 저자의 하버드 동기들이 감옥에 가있고, 많은 억만장자들이 이혼하거나 자식들이 엇나가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누구에게도 쉽지 않고, 완벽하게 해결할 수도 없지만, 결국은 본인이 감당할 일이다.
자녀가 강한 자존감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길 원한다면, 그런 자질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족의 문화 속에 이를 설계해야 하며, 아주 이른 시기부터 고민해야 한다. 회사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어려운 일을 해내고 무엇이 효과적인지 배우는 과정을 통해 자존감을 형성한다.
If you want your kids to have strong self-esteem and confidence that they can solve hard problems, those qualities won’t magically materialize in high school. You have to design them into your family’s culture—and you have to think about this very early on. Like employees, children build self-esteem by doing things that are hard and learning what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