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
5년 전에 <차이를 만드는 커리어 굴리기>라는 발표를 대학생들 대상으로 했다. 내 앞길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월급 노동자의 10년을 뒤돌아보면서, 어떻게 의미 있는 차이(GAP)가 만들어지는지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 성장 (Growth): 무형적인 가치가 물리적인 가치를 압도하면서, 커리어가 100배 단위로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물리적 세상에서는 서장훈 씨가 아무리 커도 이수근 씨와 30%도 차이가 안 나지만, 구글 창업자들이 만들어낸 가치는 나의 10,000배가 넘는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들을 제외해도, 10~100배 차이는 흔하게 발생한다.
- 조율 (Alignment): 아무 일이나 열심히 한다고,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가 절대적인 노력의 양보다 훨씬 중요할 수도 있다. 세상이 파괴적인 성장에 호의적이지도 않기 가끔 판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 지속 (Persistence): 짧은 시간에 큰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좋은 전략은 장기적으로 지속했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 순간의 본인에게 적당히 어려운 목표를 잡고, 시도하고, 분석하고, 반복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 보면 복리로 성장을 만들 수 있다.
이 틀에서 개인의 능력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전략의 핵심은 본인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소소한 개개인의 능력 차이보다 긴 시계열의 힘이 훨씬 더 강력하다. 1년의 힘은 미약하지만, 5년, 10년, 20년의 힘은 세상 대부분의 문제를 압도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때 엄청나 보이는 실력 차이도 40대의 커리어와는 별 상관관계가 없기 마련이다.
긴 시계열의 힘이 강력하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는 없고, 5~10년도 모래알 빠져나가듯 사라지곤 한다. 이번에는 저번 글의 심화 버전으로, 무서운 시간(TIME)의 힘을 다루는 고민을 정리해 보았다. 그 기간 팀장도 해보고, 이직도 두 번 하고, 사는 주(state)도 바꾸고, 육아도 시작했으니 조금 더 깊이가 생기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 여전히 내 앞길은 막막하지만 말이다.
- 시간선의 비선형성 (Timeline non-linearity): 열 배의 시간이 있다는 것이 열 배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6개월만 주어진다면 지금 방식을 대부분 유지해야 하지만, 5년이 주어지면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할 가능성이 생긴다.
- 윈-윈을 위한 인센티브 (Incentives for win-win): 세상은 짧게 보면 제로섬이지만, 큰 변화는 윈-윈 관계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비선형적 변화를 위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 시장의 힘 (Market force): 우리는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도권 2030 소비자”, “판교 주니어 디자이너” 등등 다양한 시장에 속해있다. 이들은 명확한 경계도 없으면서 개개인의 능력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 비선형을 위한 실행 (Execution for non-linearity): 외국어 문법을 빠삭하게 알아도 말 한마디 못 할 수 있고, 알고리즘을 줄줄이 알아도 간단한 코딩도 안 될 수 있다. 비선형적 변화는 더 많은 지식보다는 실행과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1. 시간선의 비선형성 🔗
반외팔목(盤外八目): 바둑판 밖에서 보면 8집이 더 유리하다. – 바둑 격언
5 - 10년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외국어 회화, 이직, 해외 진출, 사업
시작 등 당장은 어려운 목표들을 미래의 나를 믿고 세워볼 수 있다. 하지만 목표와
현재의 간극이 클수록 선형적인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힘들다. 중2부터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수능 점수를 잘 받는다고, 5년 뒤에 사회에 나올 때 영어가 얼마나
될까. 같은 방식을 5년 더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패턴은
매 순간 나아지지만 멀리서 봤을 때 별로 발전이 없는 sigmoid 같은 함수다 (항상
S(t + 1) > S(t)
가 성립하지만, S(t) < 1
이 변하지는 않음).
비선형적 변화의 흔한 예는 게임의 정의를 바꾸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인형에 눈알을 박고 있다면, 눈알을 빨리 박는 노력은 한계가 있다. 대신에, 팀을 운영하거나,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는 방식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선형적인 사고를 한다는 어려움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믿음과 위기관리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초반에 자동화 기계가 절반의 확률로 인형을 박살 낸다면, 이 길을 계속 밀어붙여도 되는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방향성이 맞더라도, 중간의 혼란에서 나오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그 길은 당장의 나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비선형적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가상의 시급을 정하고 매년 30~50%씩 올려주는 방식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무 살에 시급을 천원으로 잡으면, 편의점 알바를 해도 충분히 시급에 부합할 수 있다. 3년이 지나도 시급이 4천 원이 안 하니 크게 무리가 없다. 하지만 3년이 더 지나기 전에 최저 임금 이상의 생산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보이고, 지금과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한다. 총 10년이 지났을 때는 시급이 6만 원 정도는 되야 하니, 완전히 다른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 보인다. 모든 수치가 그렇듯, 단순화되면서 놓치게 되는 중요한 신호들이 있지만, 시각화 도구로는 효과적이다.
1.a. 비선형적 변화의 사례들 🔗
비선형적 변화는 다양한 차원에서 나타난다.
- (내부)구조 변경: 제품의 겉모습은 변하지 않아도 내부 기술은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 보면 기존의 구조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이 효율성을 올려 줄 수도 있다. 이때, 새로운 가정을 구조적으로 잘 녹여내는 리팩토링이나 마이그레이션은 겉모습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생산성은 크게 개선할 수 있다.
- 직군 변화: 개인 기여자가 매니저나 설계자 (architect)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의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10명의 생산성을 20% 개선할 수 있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두 명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 구조 조정: 1980년대 인텔은 자신들이 개척한 메모리 시장을 버리고 CPU 개발에 올인하면서 더 큰 시장을 장악했다. 애플의 휴대폰이나 아마존의 클라우드처럼 성공적인 전환도 많지만, 야후나 노키아처럼 압도적이던 회사들이 도태되는 것도 무서우리만큼 흔한 일이다.
- 산업 전환: <아시아의 힘>에서 보여주듯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낮은 생산성의 농업 국가에서, 제조업과 수출 강국으로 비선형적 변화를 이뤄냈다. 인류의 전체 역사를 봐도 매우 드문 규모의 전환이었고, 그 영향력은 수억 명에게 전해졌다.
2. 윈-윈을 위한 인센티브 🔗
아마존을 성공시킨 세 가지 핵심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고, 발명하고, 인내해라.
We’ve had three big ideas at Amazon that we’ve stuck with for 18 years, and they’re the reason we’re successful: Put the customer first. Invent. And be patient.
– Jeff Bezos
비선형적 변화가 어려운 이유는 방향, 규모, 타이밍 모두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험 점수를 80점에서 90점으로 올리는 것은 꽤 명확하지만, 위의 비선형적 변화의 사례들은 모두 산으로 갈 수 있다. 이때, 윈-윈은 강력한 신호와 추진력을 준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다수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다수가 내 일의 성공을 바라고 도와줄 수 있다. 그리고 이 도움은 혼자만의 힘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아마존처럼 고객을 직접 상대할 수도 있지만, 직장 동료들이나 상사처럼 바로 근처에서도 고객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리팩토링 프로젝트들은 생각보다 잘 마무리되지 않는다. 실무자에게 가치가 명확해 보여도, 다른 사람들은 납득되지 않을 수 있다. 어찌어찌 시작해도 중간에 상황이 바뀌면 가장 먼저 내쳐질 수도 있다. 실제로 리팩토링이 유의미한 개선을 못하는 경우도 흔하지만, 가치가 있다면, 혜택을 얻는 고객들을 직접 관여시키는 전략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결정하곤 한다. 예를 들어, 20%의 작업으로 2~3팀이 가시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면, 이를 발판 삼아 나머지 80%의 지원을 요청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이미 혜택을 받은 고객들은 자신들의 방식이 다수에게 채택되길 원하고, 아직 못 받은 고객들은 같은 혜택을 원하며, 결정권자도 이 프로젝트를 본인의 상급자들에게 자랑하고 지원하기 좋아지는 것이다.
더 큰 그림에서, <주주 자본주의>와 시장의 근간도 윈-윈이다. PBR이 1도 안되지 않는 이상, 장부 가치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내야 하고, 그 가치는 단순히 배당을 잘 주거나, 직원을 쥐어짜는 것으로는 올리기 힘들다. 독점이 아닌 이상,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치의 핵심이고, 이 어려운 일을 위해 경영진은 실무진들이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실행하기를 원한다. 그 바로 아래의 실무진들은 조금 더 작은 규모에서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며, 이는 말단 사원들까지 이어진다. 같은 목표 아래서,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나에게 주어진 힘보다 더 많은 힘을 끌어올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직원과 소비자도 주주들처럼 피해를 본다.
윈-윈의 아름다운 점은 모르는 사람들과도 협력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는 지지 기반이랄 게 없는 사회 초년생과 이민자들에게 특히 중요하지만, 혼자서 이루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강력한 힘이 되어준다. 실제로 나스닥의 많은 기업 대표들조차도 말단에서 시작했는데, 운도 따랐지만, 인센티브를 한껏 활용해서 윈-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비선형적 변화를 위해 필수적이었다.
3. 시장의 힘 🔗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상품을 원할 때, 그것이 주식이던, 채권이던, 직장이던, 빠르게 과대평가 된다.
When large numbers of people are after the same commodity, be it a stock, a bond, or a job, the commodity quickly becomes overvalued.
– Michael Lewis <Liar’s Poker>
아이유 씨가 100억 단위의 매출을 만들 때, 테일러 스위프트는 조 단위의 매출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이 둘의 매출액을 결정한 것은 실력이나 매력이 아니라 시장이다. 이런 대단한 분들도 시장의 힘에 영향을 받는데, 개개인이 시장의 힘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위의 인센티브의 힘을 이용해 주위와 강한 연계를 만들었다고 해도, 시장의 역학관계가 개인들의 상한선을 짓누를 수 있다.
시장의 매력은 수요 대비 공급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의 역동성을 특히 유념할만 하다. 경직된 시장에서는 간단한 변화가 맹렬한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느린 변화는 기존 참여자들의 선형적 변화로도 충분히 해소되지만, 출렁이는 시장에서는 개인이 비선형적으로 노려볼만한 미충족 수요가 끊임없이 생겨난다. <개발 업계의 거시 흐름과 커리어 파도타기>에서 다뤘듯이, 미국에서 개발 직군이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것도 전체 시장이 요동치면서 기회는 많아지고, 공급은 부족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급성장 중이지만 대학 진학률이 낮은 사회와 비교해서, 저성장이지만 모두가 대학을 가는 사회에서 대졸자의 상대적 가치가 매우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운이 좋으면 한 시장에서 오랜 기간 성장을 만들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시장을 종종 옮겨야 한다. 엔비디아나 테슬라의 초기 투자자들을 보며 뚝심을 논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시작점은 유망했던 야후나 고프로만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명확하게 선이 그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지역), 회사 (업계), 직군>은 시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들이다. 한 번에 큰 변화를 주면 새로 시작해야 하지만, 한 번에 하나씩만 바꾸면 기존의 동력을 효과적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같은 팀에서 개발 팀장이 되는 경우, 여러 국가에 흩어진 팀에서 근무하면서 국가만 바꾸는 경우,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 소속 회사를 바꾸는 경우, 혹은 여러 직군과 협업하면서 동료의 직군으로 바꾸는 경우들은 꽤 흔하게 보이는 괜찮은 변화들이었다. 하나씩 바꾸다 보면 결국은 세 변수 모두 바꾸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같은 시장도 계속해서 변한다. 같은 회사의 같은 팀에서 근무를 해도 시대적 배경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시장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누군가에게는 정체일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런 요소들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의 거대한 변화보다 개인이 훨씬 빠르게 변할 수 있으니,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들이 쏠리곤 한다.
4. 비선형을 위한 실행 🔗
인생에서 소수의 몇 가지만 잘하면 된다. 아주 많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You only have to do a very few things right in your life so long as you don’t do too many things wrong.
– Warren Buffett
우리는 손쉽게 선형적 제약들에 갇힌다. 시험 점수를 80점 받으면, 그 다음 90점, 95점, 98점을 노리게 된다. 이런 목표들은 누가봐도 나쁘지 않으며,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지만, 무한한 시간이 지나도 위의 sigmoid 함수처럼 단단한 천장을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비해, 비선형적 변화들은 더 지저분하고, 수치화하기 힘들다. 좋은 변화와 나쁜 변화를 중간에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남들의 조언도 한계가 있다. 이런 혼란을 다스리는 좋은 방법은 가시적인 결과물(milestone)을 만들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위의 내부 구조 개선이 하나의 예인데,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작동하는 결과물은 그다음 진도를 만들기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역동적으로 변하는 시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결과물은 희소가치가 큰데, 이는 전통적이고 정적인 시장에서 한정된 학위나 자격증이 가치가 높은 것과 상반된다. 하나의 결과물은 다음 기회를 위한 발판이 되어주며, 복리로 비선형적 궤도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비선형적 실행은 전통적인 전략보다 파괴적이기에, 약간은 다른 접근법이 유용하다.
- 딥 워크와 우선순위: 선형적 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관념들조차 의심해야 하고, 이는 깊이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머지는 쳐내지 않으면, 당장 할 수 있거나 쉽게 수치화되는 일에 휩쓸린다. 이는 선형적 구조에서 주어지는 일을 최대한 많이 해내거나, 모든 과목에서 고득점을 하는 것과 상반되는 접근이다.
- 용기 (혹은 단순함): 비선형적 변화는 정답도 없고, 내가 익숙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거나 미지의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남들이 하고 있는 눈앞의 일들을 거절하고, 당장은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결과물에 투자하기는 두려운 일이다. 이 용기를 지속하는 긍정, 혹은 “Just do it” 같은 단순한 추진력 역시 선형적 구조의 끈기와는 차이가 있다.
- 실패를 위한 여유: 비선형적 변화는 불확실성이 높고, 일이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기도 쉽다. 예상 밖의 문제에서 오는 타격도 관리해야 하고,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기간을 인내해야 할 수도 있다. 성공해야만 하는 상황을 고집하면 안정적이고 선형적인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 반복과 시행 횟수: 비선형적 실행의 기댓값이 높아도 시행 횟수가 적으면 선형적이고 안정적인 길만 못할 수도 있다. 각 시도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복기하고 다음 시도로 넘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행 횟수를 늘린다는 관점에서도, 건강은 커리어에도 꽤 핵심적인 자원이다.
마치며 🔗
좋아하는 일을 하라든지, 노력으로 극복하라든지 하는 조언들은 생존자 편향 오류(survivor bias)가 강하다. 하나의 전략이 정말 유효한지 보려면 잘된 경우들뿐 아니라 시도한 전체 사람들의 수를 세어야 하지만 다수는 말이 없다. 운이라는 요소도 너무나 강력해서, 좋은 전략을 관찰하기에는 소음이 너무나 많다. 위의 TIME은 방법론보다는 기본 역학 관계를 관찰하고 기록해 보려 하였다. 세상을 움직이는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 있듯이, 우리 사회는 인센티브를 통해 끌어주는 힘, 잡아주는 시장의 힘, 실행의 폭발력 등이 있고, 이들은 선형적 관성을 벗어나게 해주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10만 년 전 아프리카 초원을 돌아다니던 사피엔스의 뇌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 현대 사회를 하루하루 보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 하루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하루의 조각들이 조금 더 잘 연결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소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대단한 삶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만족감은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